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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타이만] 자립법개론

by _DIAN 2025. 9. 18.

012
세션카드 및 타이포(@JAoOoMoOo), 인장


Writter. 녹조님

Keeper. 디안

KPC. 앤

PC. 장 웨이창

 

 

 

 

 

img
 
KPC 앤
 
그를 잃은 지 3달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그가 쥐여 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
 
시계의 초는 오전 11시를 가르킵니다.
 
익숙한 당신의 방 안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장 웨이창:...
시간이 벌써 이렇게.
(액자 위에 쌓인 먼지를 닦아낸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먼지가,
 
손 끝을 간지럽힐 무렵입니다.
 
장 웨이창: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귀에,
 
똑.
 
똑 똑.
 
총 세번의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이 시간에 당신의 집을 찾아올 사람이 있던가요?
 
장 웨이창:(아니, 그럴리가.) ..누구....
 
대답이 돌아옵니다.
 
저에요.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이지 않나요?
 
장 웨이창:...앤?
 
장 웨이창:...
(천천히 손을 뻗어, 문을 연다.)
 
당신은 손을 뻗어,
 
수백번도 열고 닫았을 문고리를 잡습니다.
 
이렇게 긴장될 일이 아닌데,
 
문을 열고 나면
 
익숙하듯 새로운, 흰 머리칼이 보입니다.
 
당신과 같은 눈높이에요.
 
앤:...
집이 엉망이에요, 웨이.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당신의 눈앞에 서 있습니다.
 
맞아요.
 
앤입니다.
 
...
 
하지만,
 
당신은 분명, 죽었잖아요.
 
장 웨이창:
SAN Roll
기준치: 30/15/6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웨이창, 이성-1
 
당신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집 안을 둘러보며 덤덤한 표정을 짓습니다.
 
… 하긴.
 
그가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그러했는데 집은 오죽했을까요?
 
그를 따라 당신의 눈이 집의 내부로 향합니다.
 
꽤 엉망이에요.
 
치운다고 치웠는데 말이죠.
 
그 외에도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 이라거나… 말이죠.
 
앤은 가만 소매를 걷어붙입니다.
 
앤:역시 청소부터 하는게 좋겠어요.
 
아니아니, 잠시만요.
 
뭐가 “역시 청소부터 하자.”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그가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 것이 많지 않나요?
 
장 웨이창:...너. 뭐가 어떻게 된거야.
(네게 한 발짝 다가가선) 내가 드디어 미친건가?
(그리곤 재차 확인하듯 손 뻗어본다.)
 
손 끝에 닿은 것은,
 
확실한 온기입니다.
 
앤:알아요, 보고 싶었지요? 당신이 미친건 아니에요. 진짜 저니까. (당신의 뻗어진 손을 제 볼에 가까이 가져간다. 재차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장 웨이창:....하하. 따뜻하네.
어디서 뭐 하다 이제 왔어... (닿은 뺨 쓸며 허멍과 기쁨이 공존하는 미소 짓는다.)
꿈은..아니겠지.
 
앤:...웨이, 할로윈데이라고 알고 있나요?
 
장 웨이창:...알고야 있지만. 그건 왜?
 
앤:그럼 무슨 날인지도 아시지요?
그 왜,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잖아요.
 
장 웨이창:(...) 죽은 사람...
설마하니, 망자가 돌아왔다는 말이라도 하려고? (이렇게나 따듯한데, 라는 말은 삼킨 채로)
 
앤:(가만 웃는다. 평소와 똑같이. 아마도 당신의 기억 속 그 웃음으로.)
당신 말대로 꿈이 아니에요.
내가 죽은 것도 그렇지요.
그런건 싫나요...?
 
장 웨이창:돌아와놓고 하는 말이, 이런 거면. 너무 잔인하지 않나...
(현실부정하듯 잠시 고개 숙였다가, 이내 너 바라본다.) 부정하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앤:...할로윈은 하루 뿐이에요.
당신이 슬퍼할건 알지만, 남은 생을 그렇게 살길 바란 건 아니라서.
그러니까, 하루에요. 웨이.
인사를 못 하고 가서... 단지, 그것 뿐이에요.
 
장 웨이창:...그래서, 인사를 하러 왔다?
미련 털고 남은 생 잘 살아보라고?
 
앤:말하자면 그래요.
물론 제 욕심도 있지만...
그러니까, 웨이..
이번 한 번만 더... 어울려주세요.
 
장 웨이창:....
너 원하는 대로.
하루뿐이라며, 청소하며 보낼 생각은 아니지? (애써 웃더니)
 
앤:(잠깐 머뭇했다, 모른척 웃는다.)
그럼요. 청소가 먼저일 뿐이에요.
 
장 웨이창:(앤..을 살펴본다)
 
그는 효율적인 청소를 위해, 큰 잡동사니부터 치워두고 있네요.
 
당신이 아는 그 모습의 앤입니다.
 
상처라거나…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옷차림 정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셔츠를 빌려 입었는지 사이즈도 안 맞고
 
넥타이와 겉옷도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옷 정도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장 웨이창:(...아무래도 아니지...) (앤에게 시선 고정한채 소파쪽으로 다가간다)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청소기까지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
 
어라,
 
잠시만, 저건...
 
장 웨이창: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건…
 
약물 주사기의 뚜껑입니다.
 
이런.
 
그렇지 않아도 꼴이 엉망인데, 이것까지 들킬 일이 있나요?
 
꼼꼼히 청소중인 그가 저것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장 웨이창:(....) (은닉 시도)
 
장 웨이창: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휴.
 
당신은 쓰레기인 척, 뚜껑을 가져오는데 성공합니다.
 
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요.
 
앤:...농땡이?
 
장 웨이창:아니.... (시선 피함)
막 바닥을 닦으려던 참인데 발을 헛디뎌서. (바닥 조사)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당신은 뒤이어 물걸레로 바닥을 닦습니다.
 
앤도 밀대를 가져와 바닥을 닦고 있어요.
 
장 웨이창:(빤히) 나한테 맡겨도 되는데.
 
앤:같이 하는게 좋아요.
그리고, 빨리 끝나니까. 그렇지요?
 
장 웨이창:..하긴, 내가 널 어떻게 말로 이기겠어.
옛날 생각 나네...
 
앤:...딱히 이기려고 들진 않았는데,
꼬리 말고 먼저 도망갔잖아요.
 
장 웨이창:...내가 언제?
(괜히 물걸레질 툭툭, 이어 항의하듯 네 머리 헤집는다.)
 
앤:하하.
청소할 땐 머리 좀 뒤집어져도 괜찮네요.
머리야 다시... 묶을 수 있으니까요.
 
장 웨이창:......
청소 끝나면, 다시 묶어줄게. 제대로.
 
앤:(웃는다, 긍정의 의미로.)
음... 웨이. 어떻게 지냈어요?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개판이 된 집안 꼴을 본다면 알 법도 합니다만,
 
그는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는 것처럼요.
 
장 웨이창:모범 답변과 솔직한 답변, 둘 중 뭐가 듣고 싶어? (부러 네쪽에 시선 두지 않은 채다.)
 
앤:당연한 걸 묻네요.
둘 다에요.
 
장 웨이창:..하하, 호기심도 여전하네.
글쎄, 인생에서 가장 나태한 시기였는데.
그닥 편하진 않았던 거 같네,. 누구 덕분에. (하고선 그제야 바라보는 시선)
...그냥, 그게 다야.
 
앤:식사는요?
참고로, 술은 식사가 아니에요.
 
장 웨이창:...
챙겼어... 정말로. 여기까지 와서 잔소리하기야?
어울려달라더니.
 
앤:처음 만났을 때, 당신에게 그 말을 했었죠.
그 뒤로 어딜 쳐들어갔는지 아시지요?
 
장 웨이창:정말 말로는 못 이기겠네. (..) 적당히 먹었어.
....안주라면.
 
앤:술은?
 
장 웨이창:(먼산) 한 병.
 
앤:(빤히.)
 
장 웨이창:(.............)
세, 세 병. 도수 낮은 거야, 정말로,.
 
앤:웨이창,
중국 술이 도수가 낮아봤자 얼마나 낮겠어요.
 
장 웨이창:....그, (뭐라 더 말 이으려다가) 줄일게. 줄일테니까.
그런 거 말고, 다른 주제는 없어?
 
앤:그럼 일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장 웨이창:그으.....
(하아..) 좀, 쉬고 있어. ...
누구나 쉬고 싶을때는 있는 거잖아.
 
앤:얼마나 쉬었는데요?
 
장 웨이창:(두 달이라고는 말 못 하지.) ..2주.
 
앤:흠...
언제까지 쉴 생각이에요?
 
장 웨이창:(..넘어가나?) 글쎄.. 내키는 대로,라고 하면 화내나?
농담. 복귀해야지. ...한 달만 더 쉬고.
 
앤:당신한테는 화 안 내요.
누구 탓인지 자명한데, 무슨 수로.
단지... 조금.
조금 많이...?
걱정되니까요.
 
장 웨이창:...그런 말 들으면 더 이상 거짓말은 못 하겠네.
(멀거니 쳐다보다가) 머리, 묶어줄까.
오랜만에..
 
앤:농땡이는 청소 다 한 다음에요.
 
장 웨이창:돌아와서도 이러기야? (그리곤 청소 필요한 나머지 구역으로 시선 돌린다.)
 
그는 소리내어 쿡쿡 웃습니다.
 
엉망이 된 서랍장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앤은 정리를 도와 달라 말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의 물건들이니까요.
 
장 웨이창: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장 웨이창:
정신
기준치: 30/15/6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도구를 하나 발견합니다.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이게 뭐였죠?
 
내 물건중에 이런게 있었나요.
 
휘발된 기억은 불쾌한 잔향만을 남깁니다.
 
의도적으로 머릿속에서 거절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웨이창,
 
당신은 기억해야합니다.
 
그 없이도 분명 살아갔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요.
 
앤:당신이 쓰던 중식도네요.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요?
 
장 웨이창:....? 글쎄, 나도 잘...
 
앤:...
2주 쉬었다더니.
 
장 웨이창:.... 버리려고 쑤셔박아 둔 거..일걸.
 
앤:...그래요 그럼.
 
그 물건은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그러한 기억들이 당신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는 듯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어떠한 감정이던 간에요.
 
뒤이어 서랍장 옆,
 
더러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끝이 없네요.
 
인스턴트 식품의 용기,
 
다 비워져 두서없이 굴러다니는 술병과 꽉 차 재가 이리저리 튀어있는 재떨이라던가요.
 
하나, 둘, 셋... 넷?
 
당신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이미 병부터 분리를 하고 있습니다.
 
장 웨이창:..앤, 그러다 손 다쳐. 내가 할게.
 
장 웨이창:
기준치: 35/17/7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어휴. 평소에 좀 치우고 살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재떨이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윽.
 
보기 좋게 발가락을 찧었습니다.
 
손도 재로 얼룩덜룩 해졌네요.
 
웨이창, 체력-1
 
앤:웨이, 다쳤어요? 봐요.
 
장 웨이창:괜찮은데.
...... 아야. (부러 엄살)
 
앤:(한 박자 늦지 않나..)
손하고 상처 부근은 씻고 와요. 그동안 정리해둘테니까요.
구급상자도 찾아둘게요. 내가 쓰던거 아직 있지요?
 
장 웨이창:...응. (뭔가 기대했는지.. 털레털레 구급상자 들고 와 근처에 둔다.)
씻고 올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있어. 조심하고.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있자면,
 
문득 거울에 당신이 비쳐 보입니다.
 
조금 초췌해졌으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
 
그를 잃은 후 자신을 돌보는 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아침이라 포장하기에는 삐쳐있는 머리라거나,
 
눈 아래에 드리운 다크서클이라거나.
 
장 웨이창:oO(못 봐주겠다...)
 
그렇게 손을 씻고, 찧인 발도 살펴보고...
 
세수도 해봅니다.
 
정리를 한 후 문 밖으로 나가면,
 
그가 주방 쪽에서 고개를 듭니다.
 
물이 떨어지는 고무장갑을 낀 손을 들고 있네요.
 
앤:소파에 앉을래요? 약 발라줄게요.
그리고 주방 청소는 알아서 하긴 했는데, 거의 버렸어요.
 
장 웨이창: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것까지 했어.
(영 마음이 편치 않다는 낯. 소파에 앉아선 빤히 쳐다본다.) 그냥 나한테 시켜, 이제.
 
앤:(젖은 고무장갑을 싱크대에 걸쳐두곤 픽 웃는다.)
치료도 혼자 할 건가요?
 
장 웨이창:.........
......
아니.
해 줘..
 
앤:(가만 무릎을 꿇고 익숙하게 구급상자에서 약과 밴드를 꺼낸다.)
당신이 알아서 할 수 있으면, 벌써 했겠죠.
그런거 미뤄두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장 웨이창:과대평가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무릎 꿇은 것 보다가, 편히 앉으라며 덧붙이곤) 막상 와보니 미뤄둔게 많아서, 실망했겠어.
 
앤:과대평가 아니에요.
난 당신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걸요.
어떻게 웃는지, 우는지, 숨기는지, 참는지.
당신은 그걸 외면할 수 없게 만들지요.
당신이 포기해서 놓아버리는 만큼 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원하는 만큼. 뭐든지.
 
장 웨이창:...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내가 포기할 수 없게 만들고.
이거, 울 타이밍 맞지? (괜히 으쓱인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에 눈 꾹 감기도 하고.)
..역시, 좀 더 욕심 부리고 싶어지는데. 하루로는 만족할 수 없을 거 같아.
 
앤:(부러 아프라고 소독약 들이 붓는다.)
 
장 웨이창:(....!!!) 쓰읍...
 
앤:몇 번이고 말했지만,
저는 우는거 별로 안 좋아해요.
특히 당신이 그런 이유로 우는건,
마음이 허락해주지 않고요.
당신이 부리는 욕심은 기꺼워요. 그게 내가 이뤄줄 수 없는게 문제지만.
(상처 위로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인다. 그러다 가만 고개 숙여서 당신의 무릎 위로 머리를 기댄다.)
 
앤:...용서해 줄 건가요?
 
장 웨이창:(하루라도 돌아왔음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무리일까. 내뱉지 못한 말 저 속으로 삼킨 채 침묵, 이어 손 뻗어 네 머리칼 정리한다.)
...안 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보이니까.
무엇보다 네겐 좋은 말만 들려 주고 싶고.
그러니까... (...) 응, 얼마든지.
 
앤:봐주는 김에 이실직고 하자면,
냉장고에 있는거 제가 다 버렸어요.
뭐가 먹을 수 있는 건지 잘 몰라서요. 섞여있기도 했고.
 
장 웨이창:..........
....
..술도?
 
앤:(눈 깜빡...)
(웃는다...)
 
장 웨이창:(하하...)
 
앤:그러니까, 같이 장 보러 가요.
 
장 웨이창:..그건, ... 그래, 그럴까.
오랜만에 솜씨 발휘 해야겠네.
 
앤:하지만 그 꼴로는 어림도 없죠. 빨리 옷 갈아입고 와요. 기다릴테니까. (옷장이 있는 방으로 등 꾹꾹 민다.)
 
장 웨이창:어어. (밀린다...) (멀쩡한게 있던가..)
 
당신이 씻는 동안 집안을 깨끗하게 만드느라 퍽 고생을 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듯 엷게 웃은 그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무언가를 해 먹은 것도 까마득하게 오래 된 기분입니다.
 
대부분의 옷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구겨져있지만,
 
제법 입을만한 옷도 남아있습니다.
 
장 웨이창:(구색은 갖춰야지.. 꿰어입곤 너 부른다. 사라져 있을까 무서워서.)
...앤, 거기 있어?
 
앤:응, 왜요? 뭐 필요해요?
 
장 웨이창:..아니, 그냥. 별 거 아니야.
(으쓱) 갈까?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시간이 꽤 걸렸었죠.
 
앤:차 키, 아직 있어요? 제 기억으로는 차 타면 금방인데.
 
장 웨이창:응, 그건 아직 안 팔아먹었어. (다행이지? 농조로 덧붙인다.)
운전도 오랜만이네. 너랑 있을 때는 자주.. (..)
아무튼. 타.
 
앤:(그럼 다른건 팔아먹었다는걸까... 얌전히 옆좌석 탄다.)
살짝 못미더워졌어요.
 
장 웨이창:괜찮대도. (...) 길이 이쪽이 맞던가?
길 안내 부탁해, 조수님.
 
앤:당신 기억력 좋은거 알아요. 장난은. (그러면서도 곧잘 방향을 안내한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앤은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뿐이라고 했었죠.
 
…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이 당신의 뺨을 쓸어내리던 그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깜빡.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 하 · 좌 · 우 모든 것 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장 웨이창:
SAN Roll
기준치: 29/14/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웨이창, 이성-1
 
장 웨이창: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운전중이었는데.
 
여긴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손마디를 뒤로 꺾든, 숨을 참든.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명확하게 자각이 될 뿐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어 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당신은 앞 · 뒤 · 오른쪽 · 왼쪽. 어느 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장 웨이창:...
(앞으로 향한다)
 
희고 흰 공간을 걸어,
 
이 방향이 앞인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 순간 당신의 앞에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Click
 
장 웨이창.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장 웨이창:(...그럼. 앤도.... 이런 식으로.)
그럼. 더 붙잡아둘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 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
 
♬♪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 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전화벨 소리입니다.
 
앤:....? 웨이?
 
장 웨이창:...아.
..잠시만.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받으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정육점의 단골 손님입니다.
 
장 웨이창:...예, 괜찮습니다. 부러 연락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지금은 잠깐.. 볼일이 있어서.
 
장 웨이창:(...) 예,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가게 열면, 바로 연락 드릴테니까요.
 
장 웨이창:예, 들어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집니다.
 
목적지에도 다 온 것 같아요.
 
앤은 당신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 웨이창:...왜?
 
앤:(고개 젓는다.) 아니, 다 온 것 같아서요.
 
장 웨이창:아..그렇네. (네 볼 매만지더니)
갈까.
 
익숙한 듯 오래간만인 마트입니다.
 
찬거리를 사러 자주 들렀었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어디보자,
 
백 원이 있던가...?
 
장 웨이창:
기준치: 35/17/7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이런,
 
먼지만 날려요.
 
하지만 반대쪽 주머니는....?
 
장 웨이창:
기준치: 35/17/7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혹시나 했더니 역시!
 
없네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앤은,
 
주변 고객에게 백 원을 빌려옵니다.
 
빌려주기 나쁘지 않은 금액이니까요.
 
앤:(방긋...)
 
장 웨이창:(꿈뻑...)
 
앤:살 거 많은데 들고다니기 힘 빠져요.
(백원 넣고 카트 끌어온다.)
 
장 웨이창:오늘 지나면 이제 혼자일텐데, 뭐 살게 많다고. (중얼)
같이 가.
 
앤:그러니까 많다고요. (손 잡고 끌고 간다.)
 
처음 마주한 건 신선한 야채 코너입니다.
 
싱싱한 야채가 금방 들어왔다며 소리치는 점원의 모습도 보이네요.
 
앤:음... 당신, 싫어하는 채소가 있던가요?
 
장 웨이창:딱히. 애도 아니고..
그러는 넌.
 
앤:(어깨 으쓱인다.) 당신 좋아하는 걸로 골라요.
 
장 웨이창:(.....) (본능적으로 안줏감 삼을 생각하다가)
그럼 이거. (양배추 한 통과 청경채)
 
앤:(상태 좋은 걸로 담아 넣는다.) 평소에 채소도 잘 챙겨 드세요, 웨이. 식이섬유가 중요한걸요.
 
장 웨이창:담뱃잎으론 안되나. (...) 알았어. 노력은 해볼게.
 
앤:(안 다친 발 밟는다.)
 
장 웨이창:(얄짤없네...)
 
야채 코너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주류... 코너입니다.
 
와인부터 고량주, 맥주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마침 할인도 하고 있네요.
 
장 웨이창:(눈치)
큼. (슬쩍 고량주 하나 챙기며..)
 
앤:음, 제가 싹 다 버렸으니까 좀 봐줄까요?
마침 가격도 괜찮게 나왔네요.
 
장 웨이창:...오.
(너그러운 반응에 반댓손도 합류한다. 이번에 집어든 건 맥주.. 한 세트..?)
 
앤:인생 마지막 술이라고 생각해요.
 
장 웨이창:...아껴먹을게.
(좀 상기된 표정이다)
 
앤:아하하. 그럼 안주가 있는 편이 좋겠네요. 빈 속에 술만 붓지 말고요.
 
뒤이어는 레토르트 식품과 자잘한 안줏거리, 고기류가 모여있는 코너입니다.
 
과자나 아이스크림류도 보이네요.
 
앤:(손 등으로 어깨 톡 치며) 평소에 잘 먹던거 있나요?
 
장 웨이창:글쎄.. 볶음밥? 가끔 고기조림도 하고.
(더 생각해봐도 다 안줏감이다..) 고기는 됐고.. 너 먹고 싶은 거나 살까.
해줄게.
 
앤:난 괜찮아요. (소분된 고기와 향신료등을 담는다.)
식사를 거지같, 음... 잘 안 챙긴건 당신인걸요.
 
장 웨이창:해주고 싶었는데. (이어진 말에 입 조신히 닫는다)
..둘이서 먹다가 혼자 먹으니 영 쓸쓸해서. ...이것도, 노력할게.
 
앤:노력하는 당신은 좋아하지만, 정 쓸쓸하다면... (말을 흐리곤 머뭇한다.)
...사람을 만나보는게 어때요?
 
장 웨이창:(하던 행동 멈추고 네쪽으로 고개 돌리더니) 사람?
 
앤:가령, 아까 전화한 사람이라던가.
 
장 웨이창:그럼 네 걱정이 좀 덜어지려나.
(그렇다면야...) 덜 쓸쓸하긴 하겠네.
앤. .. 내가 그렇게 걱정돼?
 
앤: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죠.
(조곤거리던 목소리 톤이 옅게 갈라진다.) 그 꼴로 쓰레기통에서 술이나 퍼먹고 있는데 걱정 안 하게 생겼나요?
 
장 웨이창:(귀에 닿는 음성에 그제야 질문 곱씹는다. 어렵사리 짓는 미소.) ...미안.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여주려고 했는데.
네가 나한테 그만큼, 컸었나봐.
...
그래봤자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앤:(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다. 작은 십호흡 소리. 손가락 사이로 당신을 본다.)
당신은 내게 사과할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웨이.
괜찮아요. 정말로.
저도 사랑해요.
 
장 웨이창:......
응, 나도.
(....) 그럼 역시, 이틀로 할까? (분위기 풀고자 하는 농조.)
요리도 청소도 좋지만..나 아직 너랑 하고픈게 많아서. 정말로.
 
앤:알아요. 그런거 말해주지 않아도.
(천천히 손을 내렸다. 내린 손은 그대로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향한다. 평소의 웃는 표정.) 이만 갈까요? 이만큼이나 있으면 든든하네요.
 
장 웨이창:(손 잡으려다, 그대로 내린다.) 응.
 
조용한 발걸음으로 계산대로 향합니다.
 
장 웨이창: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카트 안 내용물로 향합니다.
 
어느 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속에 그를 위한 것은 없습니다.
 
현실이 물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
 
다시, 돌아가는 차 안입니다.
 
그는 귀찮아도 식사는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운전하는 내내 심란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
 
우리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그는 냉장고를 꼼꼼히 채워 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허리를 편 그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앤: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엷은 웃음을 내비칩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대로 그를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 할까요.
 
장 웨이창:앤, 잠시만.
하나만 물을게. 답해줄 수 있겠어?
 
앤:물론이에요. 뭐든, 웨이.
 
장 웨이창:(드물게 슬픈 미소 짓고는) 만일 내가.
너와 더 함께할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사소한 것을 대가로 구질하게 붙잡는다 한다면.
너도 기꺼이 보내줄거야?
..나와 함께 있을 시간을.
 
앤:...웨이,
꼭 무언가를 잃어야지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포기하는게 바른 길일 때도 있어요.
당신은 나를 알고,
나도 당신을 알지요.
서로의 앎을 알아서, 이러고 있잖아요.
 
앤:당신과 함께 있었던 시간은 유의미했어요. 분명 기쁘고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고.
하지만 당신이 무언가를 포기할만큼,
그 시간이 소중한가요?
난 당신이 그 무엇도 포기하지 못하게 하고 싶기에... 욕심을 가르치고, 불안을 키웠어요.
...
난 천사가 아니에요.
 
앤:단지 인간이라서 원통해요.
이런것 밖에 해줄 수 없어서 비참하고요.
웨이. 내가 그만한 가치가 있나요?
 
장 웨이창:너도 이미 내 대답을 알고 있겠지.
...
넌 천사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게 너무 많은 것을 돌려주었잖아.
내가 치를 값은 너에 비하면 하잘것 없지만. ..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돌이킬 수 없는 과거이기에. 뒷말 삼키며 애써 웃는다.)
아까도 말했지만, 네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좋은 말만 해주고 싶어.
 
장 웨이창:그러니..
....
웃으면서 배웅해야겠지. 네가 안심하도록.
한 번만 안아봐도 돼?
 
앤:물론이에요.
 
장 웨이창:(세게 끌어안고는) ..구실 만들어두는거야.
훗날의 만남을. ..머리... 못 묶어줬잖아.
...
잘 가, 앤. 원하는 곳까지 배웅할게.
 
앤:(옅게 토닥였다.) 그래요, 그럼. 나중에 다시.
당신 손길은 언제나 기분 좋으니까요.
배웅은 괜찮아요. 당신과의 마지막은 이 집이었으면 하거든요.
처음이자 마지막 손님이니까.
 
장 웨이창:....응.
여기 있을게. 언제라도.
 
앤:(한 발짝, 뒤이어 두 발짝 멀어졌다.)
 
끼익,
 
둔탁한 문이 열리는 소리입니다.
 
그의 발걸음은 조금 느릿하고
 
어떤 의미로는 가볍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완벽한 것은 없고,
 
한 걸음 씩 물러나 불완전한 감정을 마주합니다.
 
철컥,
 
탁.
 
두꺼운 철제문이 잠금쇠를 걸어 잠급니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득 집 안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신 없이 잘 살아야한다며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이제 알잖아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러니 당신은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